2024년 12월 7일(토)

일상을 좀 더 ‘친환경적’으로 사는 방법 [ESG 현장]

[르포] ‘2024 대한민국 ESG 친환경대전’ 가보니<下>

‘어떻게 하면 내 일상을 조금 더 친환경적으로 바꿀 수 있을까?’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ESG 친환경대전’ 현장에서 기자가 찾은 ‘일상 속 친환경’을 실천할 수 있는 해법을 가진 기업들을 소개한다.

🫙 텀블러 설거지 수고를 덜면, 일회용품 사용이 준다?!

6억3000만 개. 1년 동안 서울 시내에서 버려지는 일회용 컵의 개수다. 출근과 점심때마다 광화문 일대는 커피를 테이크아웃하는 직장인으로 가득 차지만, 텀블러를 쓰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 텀블러를 직접 씻지 않아도 되면 텀블러를 더 자주 쓰게 될까? 텀블러 세척기를 만드는 기업 ‘돌핀’을 만났다. 행사장에 가져온 텀블러를 직접 세척해봤다. 빨대도 함께 꽂아 씻을 수 있었다. 45초 후, 세척기에서 갓 나온 뜨거운 텀블러를 만날 수 있었다. 세척 한 번에 물은 700ml가, 전기는 1.7와트(w)가 필요하다. 카페나 직장에 기계가 있으면 직접 설거지하는 수고를 덜 수 있다.

10월 11일 대한민국 ESG 친환경대전에서 행사 참여 기업 돌핀의 텀블러 세척기에 기자가 사용하던 텀블러를 직접 넣어보았다. /채예빈 기자

🧴캔 음료를 뽑듯 리필할 수 있는 세제

필요한 만큼 세제, 샴푸 등을 소분해 살 수 있는 ‘리필스테이션’은 더바디샵, LG생활건강 등 기업이 직접 매장에 설치할 정도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예비사회적기업 ‘사라나지구’가 개발한 ‘지구자판기’는 리필 과정을 줄였다. 친환경대전에 설치된 리필스테이션 자판기는 ‘개인 용기’만 있으면 바로 사용할 수 있었다. 기계에서 원하는 세제 브랜드와 구매할 양을 정하고 결제만 하면 된다. 저울에 다회용기를 올려 영점을 맞추고, 덜어낸 제품의 무게를 잰 뒤 라벨에 직접 용량을 쓰는 단계가 없어졌다. 소분하다가 흘릴 걱정도 없다. 리필의 문턱을 낮춰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아이디어다.

대한민국 ESG 친환경대전 참여 기업 사라나지구의 리필스테이션 자판기를 통해 네 종류의 세제를 원하는 만큼 구매할 수 있었다. /채예빈 기자

🔋헌 건전지 줄게, 새 건전지 다오

전용 수거함까지 가는 게 번거로워 쌓아놓게 되는 것, 바로 건전지다. 기자 또한 무선키보드에 넣었던 건전지 2개를 책상에 두 달째 내버려두고 있다. 장애인 기업 ‘에브리솔루션’은 폐건전지 수거함 ‘리씨드’를 개발했다. 폐건전지의 95%가 재활용될 수 있고, 일반쓰레기로 버려진 건전지가 환경을 오염시키는 만큼 건전지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기계에 건전지를 넣으면 AI가 개수를 식별하고, 무게에 따라 포인트를 준다. 설정한 만큼 포인트가 쌓이면 기계에서 바로 새 건전지로 교환 가능하다. 현재 계양구청에 4대 설치돼 있으며, 내년부터 서울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대한민국 ESG 친환경대전 참여 기업 에브리솔루션의 폐건전지 수거함이 투입된 건전지를 인식하고 있다. /채예빈 기자

🌍 친환경과 그린워싱 그 사이

이날 행사에는 환경 산업 종사자뿐 아니라 환경에 관심이 있는 시민들도 발걸음했다. 대학생 동생과 친환경대전을 찾은 20대 여성 정하은 씨는 “넓은 행사장을 가득 채울 정도로 친환경 제품이 다양한 것이 인상 깊었다”며 “특히 종이 가구들이 생각보다 튼튼하고 종류가 많아서 놀랐고, 몇몇 제품은 실제 사무실에서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더불어 친환경의 ‘손익분기점’을 따져봐야 한다는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었다. 자칫하면 그린워싱이 될 수 있다는 것. 중년 남성 윤종호 씨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거나 자원 순환을 돕는 기계와 상품들이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며 “동시에 이 제품들을 얼마나 자주, 오래 사용해야 개발 및 운영하는데 드는 에너지보다 사용으로 절감할 수 있는 에너지가 적은지 따져보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yevi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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