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11일(금)

“나라가 망하니까 애 낳아야 한다고요?”…2030이 직접 말하는 저출생 ‘말말말’

“여성 고용률과 출산율은 U자 형태의 그래프를 그립니다. 성평등 수준이 높아지기 시작할 때는 사회가 적응하지 못해 출산율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지만, 성평등이 이뤄지면 출산율도 점점 올라갑니다. 저출생 고령사회의 해법은 ‘성평등한 노동시장’에 있습니다.” (박진경 일과여가문화연구원 사무총장)

지난 25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저출생 현상, 2030 청년에게 듣는다’ 토론회에서 박진경 일과여가문화연구원 사무총장은 “유럽 복지 국가는 차별없는 가족 정책, 성별 임금 격차 해소 등 성평등 수준을 올려 여성 고용과 출산율을 함께 올릴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박진경 일과여가문화연구원 사무총장이 발표한 ‘한국과 유럽 주요국 여성고용률과 합계출산율’ 그래프의 모습. U자 형태를 띄고 있다. /정재훈 서울여대 교수

전국여성지방의원네트워크와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이 공동주최한 이번 토론회는 저출생 현상과 해결 방안에 대한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마련됐다.

토론자로는 대학교에 다니며 취업을 준비하는 20대 여성부터 군대 전역 후 복학을 앞둔 20대 남성, 비수도권에 거주하는 30대 미혼 남성과 아이가 있는 30대 남성이 참여해 당사자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들이 공통으로 꼽은 것은 ‘출산과 결혼에 대한 경제적·심리적 부담’이었다. 참가자들은 경쟁 사회 속에서 ‘결혼과 양육’은 뒷순위가 되었으며, 가족 정책이 미비하고 돌봄공백이 존재해 일·가정 돌봄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또한 “판사로 입관할 당시 면접관인 대법관에게 출산휴가는 다 쓰면 안 되는 거 아느냐는 질문을 받았다”며 자신의 경험을 나누기도 했다. 이날 청년 당사자가 ‘저출생’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정리했다. (이름 가나다순)

지난 25일 열린 ‘저출생 현상, 2030 청년에게 듣는다’ 토론회에서 참여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전국여성지방의원네트워크

원창희 강동구의원 (30대 유자녀 기혼 남성)

“나라가 망하는데 애를 낳아야하지 않겠냐고 하는데, 2030세대는 오늘이 이미 ‘망한’ 상태입니다. 과거 ‘필수품’이었던 아이는 ‘사치품’이 됐습니다. 4살 아이를 키우며 돌봄 공백도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을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먼저입니다. 기혼자를 위한 정책이 아닌 ‘모두를 위한 정책’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기혼과 미혼의 갈등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이설 소셜벤처 스노우볼 대표 (30대 미혼 남성)

“MZ세대로 묶어 이야기하지만 어떻게 1981년생부터 2009년생까지 똑같은 생각을 하겠습니까. 청년들은 연령과 주거 지역 등 배경에 따라 다양한 생각과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이들의 여러 생각을 반영하는 통계 지표를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 상황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함께 국민과 소통하며 공론의 장을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정택현 숭실대 금융학부 재학생 (20대 미혼 남성)

“제 주변의 20대 남성들은 준비가 된 상태에서 가정을 꾸리기를 원합니다. 출산·육아 지원금 등 현재의 정책적 지원은 실제 육아 비용에 비해 턱없이 부족합니다. 자신의 선택과 미래를 중요시하는 2030세대에게 결혼과 출산을 강요하며 부담을 주는 사회 분위기는 적절하지 않습니다.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결혼과 양육의 행복과 성취를 느끼게 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마련돼야 합니다.”

조연지 동국대 법학과 재학생 (20대 미혼 여성)

“20대는 학자금 대출을 갚고 취업하기 바빠 인생에서 결혼과 자녀가 들어올 틈이 없습니다. ‘일단 낳으면 아이는 자란다’는 말은 무책임합니다. 현 보육 시설과 돌봄 시스템은 진정한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보육 시스템에 맡기지 않아도, 육아휴직을 해도, 경력이 단절되지 않고 복직이 당연해지는 것이 우선입니다. 출생률이라는 숫자만 바라보는 것이 아닌, 20대가 아이를 낳아도 괜찮은 세상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 kyuriou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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