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에 수백 개가 넘는 부스가 있는데 우리 아이들을 배려해 만든 에듀테크는 열심히 찾아야만 보이네요.”
지난 9월 2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에듀테크 코리아 페어’ 전시장에서 경기도 화성의 초등학교에서 통합학급을 맡고 있는 한 교사가 에누마의 ‘토도수학’ 부스를 발견하고는 “반가움이 반, 섭섭함이 반”이라며 소회를 털어놓았다.
‘에듀테크 페어 코리아’는 교육부와 산업자원부 등이 주최하고, 200개가 넘는 국내외 교육기업이 참여하는 교육분야 대표 전시회다. 행사장을 찾는 방문객이 4만 여명인데, 특히 올해는 교육과 AI의 만남을 주제로 해 더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런데 넓은 행사장을 둘러봐도 특수교육대상 학생이나 느린학습자(경계선 지능)를 고려하고 배려한 학습도구를 소개하는 부스는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현장에 선 교사가 마주하는 ‘오늘의 교실’과 전시회에 나온 에듀테크 기업이 제시하는 ‘미래’ 사이에 간극이 있는 걸까. 공교육, 특히 초등교실은 한국 사회의 변화를 가장 앞서 마주하는 공간이다. 출생률 감소로 학령인구 수는 줄어드는데 이주배경 학생의 비율은 꾸준하게 늘고 있다. 신경다양성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서 자폐 스펙트럼,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읽기 장애를 일찍 발견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장애’로 명명되지는 않았지만, 여러 이유로 심리정서적 발달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도 늘고 있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이 2023년에 펴낸 책 <대한민국 교육, 광장에 서다>에서는 이 같은 교실의 변화를 한 장면으로 요약한다. 통계를 토대로 따져보면 초등학교 한 학급에 20명의 학생이 있다고 할 때 ▲다문화 학생(1명) ▲느린학습자 학생(3명) ▲특수교육대상 학생(1명) ▲ADHD 학생 (1명)이다. 사회가 변하니 교실에 모여 앉는 아이들의 구성이 변한다.
한 교실에 모인 아이들이 이처럼 다양하고, 약 25%의 학생은 교사의 개별화 학습지도를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흔히 말하는 ‘모두를 위한 교육’은 과연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 AI를 끌어안은 에듀테크는 이 같은 교육 현장의 변화에 어떤 제안을 내놓고 있을까. 통합학급을 맡고 있다는 선생님이 전시장에서 느꼈다는 ‘반가움 반, 섭섭함 반’이라는 소회는 이 같은 질문이 되어 임팩트 비즈니스의 장면으로 되돌아온다.
에듀테크 기술의 개별 사례를 살펴보기에 앞서 먼저 묻고 답할 질문이 있다. 임팩트 비즈니스의 세계에는 ‘사회가 풀려고 하지 않는 문제를 기술이 풀 수는 없다’라는 말이 있다. 이를 공교육의 현장으로 가져오면,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교실의 모습에 따라 임팩트 비즈니스도, 에듀테크도, 다른 사회적 제안도 제 역할을 갖게 될 거란 의미가 된다.
그래서 ‘우리가 만나고픈 교실은 어떤 교실인가’라는 질문이 중요하다. 에듀테크 페어에서 만난 선생님의 목소리를 빌어 그 풍경을 함께 나눠본다.
경북의 한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는 5명의 학생이 있다. 이 중 절반이 다문화가정 배경과 느린학습자다. 한 학생은 한글 자모의 글자와 소릿값을 연결해 읽는데 서툴다. 다른 학생은 문장을 소리 내 읽지만 겹받침을 읽고 쓰는 데 자신이 없다.
또 다른 학생은 이야기를 읽고 자기 생각을 글로 쓰는 재미에 푹 빠져 매일 글을 쓴다. 그 옆의 학생은 글을 쓸 줄은 알지만, 세 문장 이상 내용을 이어가지 못한다. 그리고 한쪽에는 너무 이른 나이에 지루한 방식으로 한글 공부를 시작한 탓에 정서적으로 글을 회피하게 된 친구가 있다고 한다.
이런 학급을 운영하는 교사들이 바라는 교실은 서로 다른 요구를 가진 아이들이 ‘분리’되지 않고 함께 어울려 성장하는 교실이다. 천천히 배우든 빨리 배우든, 서로를 끌어주며 모두가 힘껏 성장하는 교실이다.
이런 바람이 선 다음에라야 이를 수월하게 할 에듀테크가 생겨나도 다듬어진다. 이런 교실에서 ‘에듀테크’는 자모 조합을 소리 내 읽는 데 숙달해야 할 학생에게는 충분한 연습기회를 주고, 공부가 싫은 학생에게는 재밌는 이야기를 스스로 골라 읽으며 책과 친해질 기회를 주는 식으로 선생님을 돕는다.
이처럼 개별화 학습을 한다면 그 토대 위에서 함께 하는 교실 활동도 더 활기차지지 않을까. 제 수준에 맞춰 공부하며 자신감을 쌓은 아이들은 태블릿 화면에서 시선을 떼고 친구와 어울려 배운다. 친구가 말한 문장을 듣고 따라하고 살짝 바꿔 말해보며 자기 생각을 만들어 간다. 아이들은 ‘모든 사람이 다른 속도로 배운다’는 사실을 자연스레 깨우친다. 그러면 실수해도 안전하고, 서로를 격려할 수 있다.
한 교사는 이런 교실을 두고 학생들을 학습, 역량, 증상, 장애 그리고 다양한 환경과 심리적 어려움에 따라 ‘분류’나 ‘분리’하지 않는 ‘통합 교실’이라 했다. 더 나아가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말하는 ‘통합교육’이 더 이상 특별하지 않고 통합이란 말을 굳이 붙이지 않아도 되는 보통의 상황인 교실, 즉 포용적인 교실을 꿈꾸자고 했다. 그런 교실을 앞당길 더 많은 ‘포용적인 에듀테크(Inclusive Edtech)’를 기다린다고 했다. 임팩트 비즈니스의 기회가 여기에 있다.
김현주 에누마코리아 임팩트 사업 본부장
필자 소개 에듀테크 스타트업 에누마의 임팩트 사업 본부장으로 스타트업과 비영리 조직, 국제개발협력에서 임팩트 사업에 대한 전문성을 쌓았습니다. 에누마에서는 학습이 어려운 아이를 돕고 교육 격차를 좁히는 제품으로 전 세계 교육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영리와 사회적 임팩트를 함께 추구할 때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는 최선의 기술이 태어나고 확산될 것이라 믿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