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고 재학 중인데, 졸업 후 대학 진학 없이 바로 취업할 수 있나요?”
“대학 가서 유학(D-2) 비자 가지고 있을 때 휴학해도 되나요?”
이주배경 청소년들의 주된 궁금증이다.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주고, 체류 자격 변경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돕는 책자가 만들어졌다. 30페이지 남짓한 소규모 책자에는 이주배경 청소년이라면 궁금할만한 체류 비자 정보가 담겨있다. 외국인 전형으로 대학 입학 시 제출해야 하는 서류부터 대학 졸업 후 취업을 준비하는 동안 보유해야 할 ‘구직 비자’를 따는 방법 등도 수록됐다. 도움이 필요할 때 지원을 요청할 수 있는 연락망도 실려 있다.
이 책자를 개발한 이들은 SK행복나눔재단의 ‘써니 스콜라(Sunny Scholar)’ 3기 프로젝트에 참여한 팀 ‘프로퍼’로, 각기 다른 학교와 전공을 가진 대학생 4명으로 구성됐다. 써니 스콜라 프로젝트는 대학생들이 직접 사회문제를 발굴하고 실질적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3기 프로젝트의 대상은 이주배경 청소년을 위한 책자를 만든 프로퍼팀이 수상했다.
왜 하필 체류 비자 정보 책자가 필요했을까. 프로젝트 초기 단계의 아이디어는 ‘다문화 자녀의 학업 생활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 프로퍼 팀원들은 동두천에 위치한 이주민센터 봉사활동에 참여하면서 ‘난민신청자 자녀가 부모의 체류 자격에 따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다른 이주배경 청소년의 상황도 비슷했다.
올해 한국개발통계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교에 다니는 이주배경 청소년은 19만3814명이다. 이는 처음 집계한 2012년보다 312%(4만6954명) 증가한 수치다. 이들은 국내 체류를 위해 비자를 발급받는데, 현재 한국의 많은 이주배경 청소년은 체류 자격이 부모에게 종속돼 있다. 즉, 한국에 이주한 부모가 발급받은 비자를 그대로 자녀가 받는다는 말이다.
이 중 방문동거(F-1), 동반(F-3), 연수(D-4) 비자를 보유한 이주배경 청소년은 성인이 되면 부모에게 종속됐던 비자가 만료된다. 한국에 계속 체류하기 위해서는 대학 진학이 필수다. 현재 법무부의 체류 관리 제도상, 이주배경 청소년은 학위가 있어야 취업이 가능한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진학에 실패하면 한국을 떠나야 하지만, 상당수 이주배경 청소년이 이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문제는 이주배경 청소년이 받는 진로 교육 프로그램에 ‘체류 자격’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프로젝트 과정에서 직접 만난 한 이주배경 청소년 출신 대학생은 “취업을 빨리 하기 위해 특성화고에 진학했으나 고교 학위만으로는 취업 비자를 획득할 수 없어 자칫하면 ‘미등록외국인’이 될 뻔 했다”고 증언했다.
4명의 대학생 김수민(한국외국어대학교 융합일본지역전공), 오은영(중앙대학교 산업디자인 전공), 전수빈(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 전공), 이주흔(동국대학교 국제통상학 전공)씨가 ‘체류 자격’에 중점을 둔 이주배경 청소년 대상 진로 설계 워크북 ‘이미(immi)’를 개발한 이유다.
팀 프로퍼의 리더 김수민씨는 “솔루션을 기획하고 검증하면서 근본적인 ‘이주 정책’이 바꿔야 문제 해결이 이뤄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느꼈다”며 “이주배경 청소년 당사자, 전문가 등 많은 이해관계자분들의 도움을 받아 일시적인 솔루션이지만 개발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들이 만든 책자를 접한 이주배경 청소년 A씨는 “책자에 꼭 필요한 내용이 적절히 담겨있었다”는 피드백을 줬다. 한 글로벌청소년센터 관계자는 “관련 분야에 오래 종사한 사람 입장에서도 미처 알지 못한 정보들이 많았다”면서 “워크북이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달에는 이주배경 청소년 관련 센터와 학교에 완성된 책자를 배포했다. 써니 스콜라를 기획·운영 중인 조신화 SK행복나눔재단 매니저는 “청년들이 발굴하고 정의한 문제들은 다소 작아 보일 수 있지만, 당사자 입장에서는 해결이 절실한 문제 지점”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는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도록 서울시다문화교육지원센터와 워크북 고도화 및 배포를 위한 협업을 논의해 나갈 계획이다.
조기용 더나은미래 기자 excusem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