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4일(목)

어떻게 하면 ‘지방소멸’을 해결할 수 있을까요?

노영준 쿠피협동조합 연구원

지방소멸은 곧 ‘지역경제 쇠퇴’이자 ‘국가균형발전이 무너지는 것’이기에 시급한 정책과제로 여겨진다. 지방소멸의 해결책은 무엇일까. 

“지방을 키우기 위해 지역 활성화 예산을 확충하고 지방의 관광상품을 활성화해야 합니다.”

“청년들이 지방 인구 유출의 핵심 요인이니, 지방에 대학과 일자리를 늘려 청년인구 유출을 막아야 합니다.”

지방소멸을 주제로 질문하면 나오는 답변이다. 주로 제도적, 행정적인 시각에서 다뤄지는 거대담론이다. 그렇다면 지방소멸의 주체는 정부인가? 아니다. 지방소멸의 핵심 주체는 청년이다. 거주지를 이동하는 것도 청년, 일자리를 구하는 것도 청년이다. 그럼에도 청년은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끌려오고, 또 다시 일자리가 만들어진 지방으로 이동하는 대상이다. ‘나’는 일자리만 있으면 이동 당해도 되는가?

◇ ‘나’의 이야기로 말하는 지방소멸

‘나’의 입장에서 지방소멸을 이야기하자고 하니, 막상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뱉어봐야 좀 전에 읽은 기사와 통계뿐이다. 그제야 문제를 느꼈다. 이 담론의 주체인 나는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수천, 수만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는 이미 많다. 정량적 조사만으로 이 상황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거대담론은 잠시 옆으로 두고 청년인 ‘나’에 집중해 보고자 했다.

사람들이 지하철로 이동하는 모습. /Unsplash

대학을 졸업한 후 필자는 지금까지 살아온 수도권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 가고 싶었다. 서울 지하철은 그만 타고 싶었고, 넘치는 인프라는 과하다고 느꼈다. 다르게 사는 법을 경험하고 싶었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간 대학원도 서울에 있었다. 첫 직장도 서울이었다. 벗어나고 싶은 의지와 달리 한 번 서울에 닿고 나니, 경력을 쌓을수록 서울의 중심으로 이동했다. 서울로 끌려가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는 왜 서울로 끌려가는가’를 주제로 설문을 진행해 다른 청년의 경험을 물었다. 서울 밖에서 나고 자랐지만, 성인이 된 후에 서울로 이동한 청년 A가 있다. 그에게 서울로 이동한 이유를 물으니 “더 많은 기회를 찾기 위해서”라며 “서울 밖에는 충분한 일자리가 없었다”고 답했다.

청년들의 작당 2기 지방소멸팀 보고서 ‘우리는 왜 서울로 끌려가는가’ 일부. /노영준 쿠피협동조합 연구자

서울에서만 나고 자란 청년 B에게 “원하는 일자리가 있으면, 충남 보령으로 이동할 의향이 있느냐”고 질문했다. 그는 “가족도 친구도 없는 곳으로 가려면 더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럼 다시 청년 A에게 질문이 생긴다. “당신은 가족도, 친구도 없는 곳으로 왜 끌려와야만 했나요.”

일자리는 실질적인 이동 이유가 아니다. 일자리는 출발이다. 동기는 삶이다. 청년 A는 나의 삶을 잘 그려나갈 수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내가 나로 존재하고 꿈꾸는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곳, 이를 위해 함께 교류할 수 있는 사람들과 콘텐츠가 있는 곳이다. A뿐만 아니라 많은 청년에게 그곳은 ‘서울’이었다.

◇ 청년이 꿈꾸는 지역은 어떤 모습인가

서울이 기회의 땅이고 편리함과 효율의 공간이라면, 지방은 어떤 공간이 될 수 있을까. 지방이라고 묶이는 한반도 안의 땅들은 각기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다. 지방이 청년들에게 다양성의 공간이고 새로운 시도가 이루어질 공간이 된다면 어떨까.

청년들에게 꿈꾸는 미래 지역의 모습을 질문했다. 그들은 대답하기 어려워했지만, 최선을 다해 ‘자신이 살고 싶은 지역’을 상상했다. 각자 지방소멸에 대해 인식하는 범위와 깊이에 차이가 있었다. 지방을 떠난 이들조차 자신이 꿈꾸는 지역의 모습이 구체적이지 않았다. 크게 미래를 기대하지 않는 이들도 있었고, ‘제2의 서울’, ‘인구분포가 적은 서울’을 바라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결론은 서울이었다.

이제야 문제를 알았다. 지금껏 우리는 ‘서울이 아닌 도시’라는 선택지는 없었다. 새로운 무언가를 바라는 이들도 있었지만, 당위적인 이야기에 그쳤다. 그러나 이제 시작이다. 꿈꾸는 지역의 형태는 모를지라도 우리가 바라는 삶의 형태는 알고 있다. 자, 질문을 다시 해보자. 내가 살아갈 지역을 어떻게 그려나가야 할까?

노영준 쿠피협동조합 연구원

필자 소개

일상의 소소한 행복 추구자. 사회는 하루를 잘 살아가는 개인들이 만들어간다고 믿는다. 오갈 데 없는 절망과 설움이 만연한 시대에 작고 소중한 사람들의 한 걸음을 기록하는 것이 사회를 위해 스스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느려도 내 갈 길 가고 싶은 연구자. 쿠피(Coop Y)협동조합 소속.

※ 사회적협동조합 스페이스작당의 ‘청년들의 작당’은 청년들이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한 생각과 이야기를 나눈 뒤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행동하는 프로그램으로, 더나은미래는 미디어 파트너로 함께합니다.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