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10일(화)

“환경과 사람 모두 지키는 화장품 만듭니다”

[인터뷰] 정마리아·박준수 톤28 공동대표

톤28의 정마리아(왼쪽) 대표와 박준수 대표는 “환경과 조화를 이루면서 사용할 수 있는 화장품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임희원 청년기자

“진정한 아름다움은 나와 환경이 조화를 이룰 때 갖춰집니다. 우리는 단순히 화장품을 파는 게 아닙니다. 소비자들이 변화할 수 있도록 친환경적인 제품과 그 가치를 함께 팔고 있죠.”

정마리아(44) 톤28 공동대표는 화학물질이 없고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은 화장품을 제조하기 위한 연구에 오랜 시간 매달렸다. 이렇게 만든 약 20개의 제품은 영국 비건협회 인증을 받았다. 아모레퍼시픽과 벤처 투자사들로부터 받은 투자금도 45억원에 달한다. 해외 반응은 더 뜨겁다. 지난 2019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화장품 박람회 ‘프랑스 파리 카루젤 뒤 루브르’에서 많은 바이어의 호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지난달 26일 톤28의 정마리아 공동대표와 박준수(42) 공동대표를 경기 성남 연구실에서 만났다.

사람과 환경을 모두 고려하는 화장품

“화장품 시장은 마케팅 싸움에 몰두해 있어요. 저희는 마케팅팀이 없습니다. 대신 제품 연구개발과 제작에만 인력의 3분의 1이 붙죠. 마케팅보다 ‘알맹이’를 중시한다는 겁니다.”(정마리아)

톤28은 제품을 종이용기나 알루미늄 용기에 담는다. 플라스틱은 최소화한다. 종이용기는 화장품 입구에 있는 플라스틱과 알루미늄 캡을 제외하곤 전부 종이로 만들어졌다. 플라스틱만 떼어내고 종이로 분리배출하면 된다. 파리에서 열렸던 화장품 박람회에서 톤28이 주목받았던 이유 중 하나다. 박 대표는 “사업 초창기에는 내용물인 천연성분 화장품에만 집중해서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고민이 깊어졌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왔어요. ‘나와 환경을 같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을 만들자’는 회사 슬로건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조금 더 친환경적인 용기를 만들어보자고 결심했어요. 생분해성 플라스틱도 고려했지만 화장품을 담기엔 물질의 안정성이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종이로 만들려고 하니 이번엔 화장품 용기 제조업체들이 안 된다며 거절했죠. 직접 만들기로 했습니다. 약 500번의 실패 후에야 해냈습니다.”(박준수)

더 친환경적인 화장품을 만들기 위해 농사도 시작했다. 전남 해남에서 화장품 원료 중 하나인 병풀을 직접 재배해 지난 7월 처음 수확했다. 정 대표는 “어떻게 재배됐는지도 모르는 병풀 원료를 사오기보단, 무농약으로 직접 키워서 안심할 수 있는 원료를 사용하고 싶었다”며 “일단 화장품 원료의 20%까지는 직접 키운 병풀로 대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화장품 업계 패러다임 바꾸고 싶어

고체 뷰티 제품과 ‘톤28 플로깅 캠페인’도 환경을 지키기 위한 활동이다. 2018년부터 플라스틱 포장재 쓰레기가 나오지 않도록 샴푸와 린스 등을 고체로 만들기 시작했다. 지난달에는 출시 4년 만에 판매량 100만개를 달성했다. 매월 28일에는 직원들과 함께 플로깅을 한다. 정 대표는 “행동을 통해서도 환경을 바꾸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정마리아 대표는 10년 동안 화장품 회사 연구소에서 화장품 개발을 했다. 이 때문에 화장품 회사의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다. 정 대표는 “기존 화장품 회사들은 용기 개발에만 90%의 비용을 들이고 정작 화장품에는 10% 정도밖에 투자하지 않는다”며 “천연 원료를 사용해 방부제 없는 깨끗한 화장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결정적인 계기는 2014년 화장품을 쓰다가 직접 화학물질 알러지 반응을 겪으면서부터다. 회의감을 느낀 정 대표는 그 길로 회사를 나와 천연 화장품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20년 동안 알고 지냈던 박 대표를 찾아갔다. LG전자에서 10년 동안 디자이너로 일했던 그는 LED마스크 등 뷰티디바이스 개발에 참여한 경험이 있었다. 정 대표는 박 대표에게 화장품 기업 쪽 사업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박 대표는 “정 대표가 추구하는 ‘건강한 아름다움’에 공감해 함께 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톤28의 또 다른 도전은 개인 맞춤형 화장품 구독 서비스다. 소비자의 피부 상태를 체크하고, 주 활동지역의 기후 환경을 확인해 매달 100% 천연 성분으로 만든 화장품을 보내준다. “구독신청을 하면 저희 가이드가 찾아가 피부 조건을 분석해옵니다. 그 내용을 기반으로 맞춤형 화장품을 10일에 걸쳐 만들어 보내드리죠. 저희 제품을 이용해본 소비자들은 자신에게 딱 맞는 화장품이라는 점을 가장 만족스러워합니다.”(정마리아)

톤28은 쓰레기 재활용 공장도 만들 예정이다. “플라스틱 공병을 재활용해서 화장품보다 덜 민감한 제품을 담는 데 활용해볼 생각입니다. 인간이 건강하게 사용하면서 환경에도 해롭지 않은 화장품을 만드는 회사가 되기 위한 활동이죠. 앞으로는 구독서비스도 더 고도화해서 화장품 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꿔보고 싶습니다.”(박준수)

임희원 청년기자(청세담12기)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